생선 손질하기에 안성맞춤 |
무더운 여름철에는 특히나 낚시로 잡은 고기가 상하기 쉽기에 아이스박스에 보관해야 하나 나는 태생적으로 뭘 거추장스럽게 들고 다니기를 꺼려하는 습성이 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고교시절에는 책가방 메기가 불편해서 교과서를 교실 책상 서랍 안에 모두 보관, 도시락도 어머니와 타협해서 매점에서 해결했는데 어머니께서 "매일 도시락 싸는 것도 일이다!" 했으니 나는 효자였다.
좋든 싫든 이런 몸에 밴 습관으로 인하여 정말 필요한 것 외에는 소유욕이 없고 오히려 불필요한 것은 짐일 뿐! 낚시 용품 역시 소수의 필수 장비만을 보유함으로써 쉽게 유지관리가 된다.
고기(생선) 시메용 나이프 자작 역시 하나의 장비로 다용도로 사용 가능한 낚시칼을 원했기에 이런 구조변경 호작질의 계기가 되었다.
![]() |
Kershaw Skinning Knife Orange |
아이스박스가 없으니까 필연적으로 잡은 고기는 변질을 막기 위해서 즉석에서 내장과 아가미를 제거해서 피빼기를 하고 임시방편으로 그늘진 축축한 바위틈에 두거나(도둑 갈매기, 잽싼 쥐, 떼거지 갯강구, 거품무는 풀게 주의) 햇살과 바람에 말리는 것이 대안이다.
바로 이때에 생선 시메용으로 애용하는 나이프로서 본래의 용도가 멧돼지나 사슴 등의 사냥감 가죽을 벗기는 데에 사용하는 커쇼 스키닝 나이프이다보니 강하고(블레이드 두께 3mm), 얇고(할로우 그라인드) 예리해서 물고기 손질용으로도 아주 제격이다.
점차 환골탈태하고 있는 중 |
나이프 재질이 센드빅(Sandvik) 14C28N 스테인리스강으로 강도와 엣지 유지력이 좋고 부식 방지력도 우수하며 작고 가벼워서 휴대와 보관성이 좋다.
예전부터 칼에 관심사가 많아서 직접 제작까지는 어림도 없지마는 이렇게 소소한 튜닝은 해본적이 있어서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원하던 칼날의 형태를 잡아 갈아내는데 버거웠다.
마지막 난관 고난도 후크날 세우기 |
후크형 날을 세울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작업도구라고는 야스리(줄)와 숫돌뿐이어서 한계에 봉착! 더는 욕심부리지 않고 적정선에서 마무리 지었다.
고기 손질하는데 편하도록 나름대로 튜닝을 해서 후크형 칼날은 배를 가를 때 한칼에 "쓱~" 쉽게 잘려나가고 둥그스름한 앞쪽 칼날로는 피나 찌꺼기를 긁어내는데 적합하다.
개성미가 넘치고 실용적인 나이프로 재탄생 |
그동안 내공이 쌓인 나이프 샤프닝만큼은 정말 자신 있어서 주특기인 샤프닝으로 엣지있게 마무리를 하고 현장실습을 해보았더니 내가 직접 튜닝해서 그런지 물고기 한 마리 손질하는데 금방 뚝딱하고 끝나기에 '고기 손질용으로 딱이로구나!'
실은 이렇게 만들어서 낚시할 때마다 쓴지가 수년이 훨씬 넘었는데 그동안 고기 손질하면서 쭉 사용해본 결과 '튜닝한 것이 잘한 짓이었구나!'
![]() |
원래 요렇게 생겼었는데... |
며칠전에 마트에서 손질되지 않은 노르웨이산 냉동 고등어를 싼맛에 구입해서 해동하니까, 딱 봐도 색깔과 상태가 안 좋게 흐물흐물했으나 그냥 내장을 제거하고 찜을 해서 먹었다가 바로 배탈이 났다.
고등어 상태를 보아하니 식욕도 떨어져서 '붕장어 미끼로 쓸까!' 잠시 생각했다가 너무 흐물거려서 접었는데 그런 것을 내가 먹었다니 돌이켜보니 어이가 없네!
내 손으로 잡고 손질하고 보관한 고기가 가장 신선한 고기임을 다시 한번 되새겼다.
댓글
댓글 쓰기